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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조연 3인방, 그들이 말하는 충무로의 삶

‘톱스타’는 배우의 이면을 관찰하는 영화다. 톱스타의 화려한 모습만큼 도드라지는 것은 조연들의 뜨겁고 치열한 삶이다. 간신히 작은 역을 따낸 태식(엄태웅)은 촬영을 거부하는 촬영감독의 멱살을 잡고 “당신에게는 드라마 한 편이겠지만 나한테는 전부”라고 외친다. 적은 분량이지만, 아니 적은 분량이라서 더더욱 조연들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소원’과 ‘스파이’의 라미란(38)은 “살아야 하니까 그렇다”고 담담하게 설명한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눈에 띄는 열연을 보여준 라미란과 ‘톱스타’의 오성수(38), ‘깡철이’의 김성오(35)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오성수 고등학생 때부터 꿈이 배우였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군대에 갔다 와 7년을 방황했다. 술집에서 일을 하고, 택시를 몰았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연기라는 게 내 삶을 온전히 바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해 2006년 ‘맨발의 기봉이’에서 단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김성오 처음에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인생에 모험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연극 무대 근처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오디션에 합격한 게 계기가 됐다.

-라미란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에 연극 무대에서 시작했다. ‘이 얼굴에 무슨 영화야’ 생각하다가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에게 총을 만들어 주는 ‘오수희’ 역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운 좋게 그 뒤로 조금씩 얼굴이 알려졌다.

→쉽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

-라미란 비인기종목 스포츠 선수 같다고 할까. 이름을 떨치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없으면 굶고, 여기저기 빌붙고 그랬다. 힘들었지만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연기는 기본적으로 10년은 묵으면서 견뎌야 하는 것 같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버티는 게 남는 거다.

-김성오 사는 건 누구나 힘들지 않나. 의사나 판사를 하려고 해도 10년 정도는 투자한다. ‘아저씨’의 ‘종석’ 역 이후에야 돈이 조금 들어왔지만 한 번도 우울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과의 일상이 너무 즐거웠다. 불행하게 여긴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웃음).

-오성수 2009년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맞나,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1년 정도 방황했다.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연기를 하는 이유는.

-라미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달리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다른 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정년이 없으니 나이 들면 나이 든 역할도 할 수 있고(웃음).

-오성수 발 디뎠으니 후회 없이 가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 힘들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톱스타’의 ‘조 실장’은 정말 인생을 건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오 영화배우가 10만원만 버는 직업이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영화배우가 되면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목표는 정말 100억원 만들기다. 현금으로 모두 찾아서 방에서 돈 냄새 맡아 보고 싶다(웃음).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라미란 격정 멜로, 치정 멜로(웃음). 멜로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 자꾸 오달수, 고창석이랑 하라고 하는데 젊은 배우들과 정극 연기를 하고 싶다.

-김성오 사람이 짜장면도 좋아하고 짬뽕도 좋아하지 않나. 어떤 성격이든, 직업군이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잘하는 역할보다는 어려워서 못할 것 같은 역할에 도전하는 게 좋다.

-오성수 선택할 수 있는 복이 주어진다면 악역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기독교인인데 매일 ‘톱스타’ 현장에서 태식이를 괴롭히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받는다면 수상 소감은.

-오성수 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힘들어도 잘 버티라고 응원해 준 분들에게 제일 먼저 감사하다고 할 것 같다.

-김성오 음…. “해냈다.”

-라미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어휴 오래 기다렸네요. 이제야 이런 날이 오네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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