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은 차분한 말투와 촉촉한 눈빛 때문에 가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다. 2004년 SBS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털털하고 발랄한 여인 역을 맡았고. 지난해 KBS2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선 뽀글 파마머리로 정감 가는 김복실 역으로 친근하게 다가섰지만. 이전의 영화 ‘검은 집’에서 보여준 사이코패스 역할이나 SBS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에서 복수를 꿈꾸고 성공하는 여자가 팬들에게 더욱 깊숙이 각인됐다.
-여러 작품을 했지만. 유선 씨는 우울한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데뷔 초에 MC를 맡았는데. 너무 아나운서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2001년 KBS2 ‘영화 그리고 팝콘’과 2003년 SBS ‘백만불 미스터리’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규격화된 딱딱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어서 드라마에선 조금 풀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을 더욱 많이 기억하시더라고요.‘이끼’는 아직 시작이고요. ‘글러브’부터는 조금씩 밝아져요. 이제부터 밝은 분위기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 많이 밝아진 것도 같고. 예뻐진 느낌이 드네요.
카메라 마사지 효과 아닌가요? 익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제가 볼살이 통통해서 화면에선 실제보다 늘 얼굴이 크게 나왔거든요. 최근 들어 나이 때문인지 볼살이 많이 빠졌어요. ‘예뻐졌다’는 말도 듣지만. ‘너 볼살 빠지면 금방 늙어’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요즘 정말 좋아요.
-‘이끼’에서 홍일점인데 “유선 씨가 너무 털털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제가 의외로 많이 발랄해요. 성격도 솔직한 편이고요. 여배우로 대접받는 것을 불편해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남자 배우들 모두가 컵 차기를 할 때 “저도 끼워줘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자장면. 탕수육 시켜 먹을 때 함께 신문지 깔고 비닐 벗겼더니 자연스럽게 ‘전우’, ‘동료’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강우석의 여자 페르소나’ 유선
영화 ‘이끼’의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김상호 유준상 사이에서 유선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처음부터 영화를 이끌지 않지만. 말미에 묘한 분위기와 눈빛으로 심장을 ‘쿵’ 내려치게 하는 힘이 있다. 강 감독은 차기작 ‘글러브’ 에서 그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강 감독에게 특별하게 선택받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감사하죠. ‘이끼’를 하면서 강 감독님과 서로 신뢰를 쌓았고. 다음 진로까지 연결해주신 거죠. 감사하고. 제 연기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분명해요. 혼잣말로 “내가 이런 귀인을 어떻게 만났지?”라고 할 정도니까요.
-영화를 거푸 한 김에 ‘당분간 드라마는 쉬겠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요.
영화배우는 처음부터 꿈이었어요. 하나의 캐릭터를 서서히 깊고 넓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잖아요. 드라마의 매력도 물론 있죠. 바로바로 반응이 오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으니까요. 영화. 드라마 둘 다 열심히 할 거예요.
-‘김혜수의 연인’인 유해진 씨와 처음으로 같이 연기했는데 매력을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유)해진 선배는 남의 얘기를 진지하게 잘 들어주세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하게끔 하는. 뭔가 끌림이 있다고 할까요. 따뜻하고 자상한 데다 유머 감각도 대단해요. 정말 편하고 좋았어요.
◇일과 사랑 모두를 잡고 싶은 유선
‘쉴 때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유선은 “집에서 성격책을 읽는다. 연기 빼고는 하고 싶은 게 거의 없다”고 했다. 그나마 하는 것이 1주일에 한 번씩 탤런트 박탐희. 한혜진. 엄지원. 아나운서 박지윤. 김경화 등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거란다.
-30대 중반인데 결혼 생각은?
같이 성경 공부하는 친구 중에 박탐희 박지윤 김경화 등이 ‘결혼 빨리 해라’며 성화들이지요. 모임에서 결혼한 친구들의 고민과 가정사까지 서로 의논하다 보니 제가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해요. 솔직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당분간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남자친구. 애인은 있을 것 같은데요.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하하하. ‘없어요’하면 왠지 처량해 보이고. 뭔가 문제 있는 것 같아 보이잖아요. 또 ‘있어요’하면 오해받기 쉬울 테고요. 20대에는 바로 ‘네’, ‘아니오’로 쉽게 대답했겠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많은 생각에 주저하게 되네요.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