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한 모자 가게 직원은 동료가 싸이에 대해 묻자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의 랩 센세이션 싸이잖아. 지난주만 해도 미국에서 무명이었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2억에 육박하더니 어딜가나 싸이가 나온다고.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 아이튠즈 1위, (NBC 유명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까지 나왔다니까.”
이 대사는 싸이가 미국에서 짧은 시간 대중 스타로 떠오른 과정을 단번에 알려주는 대목이다.
싸이도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녹화를 한 16일 SNS에 “정말 벅차네요. 비현실적인 매일”이란 글을 올렸을 정도다.
싸이가 지난 7월 15일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을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세운 최초, 최고 기록들을 짚어봤다.
◇유튜브 조회수 최단.최고 기록..2억 돌파 눈앞 = 전세계적인 ‘강남스타일’ 돌풍을 일으킨 진원지는 유튜브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된 지 52일 만인 지난 4일 한국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유튜브 코리아는 1억 건 돌파 당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오른 한국 콘텐츠 사상 처음으로 최단 기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후 이 뮤직비디오는 8일 만인 지난 12일에는 1억 5천만 건을 넘어섰으며 17일 현재 1억9천70만 건을 기록 중으로 ‘2억 뷰’를 눈앞에 뒀다.
17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국가별 조회수는 미국이 2천953만 건으로 1위, 태국이 1천494만 건으로 12위, 한국이 934만 건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네티즌의 성별로는 남성이 62.3%, 여성이 37.7%로 집계됐다.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가 엄청난 수치를 기록함에 따라 소속사가 벌어들일 수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튜브코리아 관계자는 “제작사가 제공한 동영상 콘텐츠 앞에 붙는 광고 수익을 제작사와 분배한다”며 “전세계 국가마다 광고 단가는 다르지만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봤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제작사의 음원이 사용된 패러디 영상에도 광고를 붙여 수익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보드.아이튠즈..美 차트 한국 가수 최고 기록 = 싸이는 팝 시장을 대표하는 미국 음악차트인 빌보드와 아이튠즈에서 모두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강남스타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 64위에 올랐다.
지금껏 한국 가수 중 ‘핫 100’ 차트에는 원더걸스가 2009년 10월 영어 버전 ‘노바디(Nobody)’로 76위에 오른 게 유일했지만 싸이는 이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 한국어 노래가 ‘핫 100’ 차트에 진입한 것도 처음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빌보드는 음원, 음반, 방송횟수를 합산한 차트”라며 “’강남스타일’이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 상승세인 데다가 앞으로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을 통해 음반 유통이 시작되고 라디오 에어 플레이가 받쳐주면 빌보드 ‘톱 10’을 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에 이어 지난 15일 미국 아이튠즈 음원 차트(Top Songs Chart)’에서도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의 노래가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건 처음이다.
이 차트는 실시간차트로 싸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잠시 1위를 내줬지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연 후인 16일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또 한국 가수의 한국어 곡임에도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아르헨티나, 체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18개 국가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차트(전 세계 아이튠즈 순위를 통합해 집계하는 차트) 1위까지 거머쥐었다.
양 대표는 “전세계가 디지털 음악 환경으로 변화된 흐름에서 아이튠즈는 미국 온라인 음악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유료 음원 판매량을 집계한 차트이기에 싸이의 1위는 실질적인 인기를 반영한 것”이라며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차트 1위도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 월드스타’..한국 가수 최초 美 대중스타 발돋움 = 싸이는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자생적인 인기를 얻으며 미국 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보낸 국내 첫번째 가수다.
그간 보아, 세븐, 원더걸스 등이 국내 소속사의 노력으로 미국 진출을 꾀했다면 싸이의 경우 역으로 미국에서 진출을 요청한 케이스.
그로인해 네티즌은 싸이에 대해 ‘강제 월드스타’라고 부르고 있다.
싸이에게 러브콜을 보낸 프로모터는 저스틴 비버를 발굴하고 키워낸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으로 싸이가 국내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영향력있는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중인 것도 스쿠터 브라운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
싸이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참석에 이어 미국 음악 전문 채널 VH1의 ‘빅 모닝 버즈 라이브’, NBC 유명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 NBC 간판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 쇼’,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등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했다.
또 오는 21-22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에 테일러 스위프트, 리아나, 어셔, 본 조비, 그린데이, 린킨파크 등과 함께 공연한다.
싸이는 향후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에 있는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를 통해 음반을 유통하고 공연 활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 팝스타 어셔와 뉴욕의 한 클럽을 찾아 “이 친구(스쿠터 브라운)가 말하길 내가 올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되며 새로운 기록을 낳을지 기대된다”며 “또 ‘강남스타일’의 열풍이 사그라든 후 싸이가 현지 대중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