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20살 약관(弱冠)에 접어드는 배우 여진구(18)를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는 진짜 행운아죠.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있잖아요. 많은 분의 응원과 관심도 너무 감사드릴 일이고요. 제 또래 친구들 보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 못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춘기는 어땠을까.
”사춘기는 조용하게 지나갔던 것 같아요. 저는 제 모습이 변하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했어요. 변성기 때 굵게 변한 제 목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말을 잘 안하려고 했어요. (웃음).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의아했죠.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받으면서 지금은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여겨요. 우리 가족 남자들 목소리가 다 굵고 울리는데, 그중에서도 제 목소리는 더욱 그런 편이에요.”
여진구는 현재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 진학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 연극영화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입시는 학원 다니면서 준비 중인데, 수시 모집에 응시하려고요. 정시는 큰일 나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대학 문화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캠퍼스 커플도 해보고 싶고요.”
곧 있으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여진구에게 보름달을 보며 빌만한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대학에 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러브콜’을 한 대학이 많을 것 같다는 말에 “너무 깔끔하게 하나도 없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여진구의 말투와 행동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면모가 묻어났다.
”풋풋한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너무 기대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감정’이나 ‘눈 감으면 그녀가 보이는 경험’이 온 적은 없어요. 제가 애정 표현을 잘 못해서 미래에 생길 여자친구가 애교가 많으면 좋겠어요. 제가 먹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을 잘 먹는 여자면 좋겠고요.”
성인이 되자마자 하고 싶은 일은 2013년 개봉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에서 여진구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자신을 키운 ‘아버지들’에게 복수하는 소년을 연기했다.
어둡고 잔인한 부분이 적지 않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를 여진구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당시 만 열여섯 살 소년이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여진구의 연기에 상찬이 쏟아졌다.
”몰래 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차례 돌려보고 나서 당당하게 영화를 봤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어두운 역할을 맡은 것은 ‘화이’ 때가 처음이라 신경을 많이 썼죠.”
아역 출신의 미성년 배우가 맞딱뜨릴 수밖에 없는 배역의 한계나 답답함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와서 딱히 그렇지 않다”면서도 “성인이 되면 정말 치밀하고 철저하면서 무서운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서부전선’에서 어린 북한군 영광을 연기하며 설경구와 ‘덤 앤 더머’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설경구 선배님은 이미 맡은 배역인 남복이가 돼 있었어요. ‘보험’처럼 정말 든든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서부전선’도 ‘화이’ 때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관객 반응이) 기대가 돼요. 추석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그냥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흥행 성적 같은 것에 대해 조급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제게는 아직 보여드릴 것이 많거든요.”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인 그가 배우로서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제가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 정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 하나는 꼭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거든요. 많은 분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놓치거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과 욕심이 더 쌓이면서 표현하고픈 감정이 많아질텐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연기를 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될거예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