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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닥터스’서 뇌수막종 환자 맡아 스스로 삭발연기

“4분간 삭발연기를 펼쳤고 화면에는 2분 정도 나왔죠. 화면에 다 쏟아냈습니다. 삭발연기를 끝낸 후 30초간 그 자리에 서서 감정을 추슬렀어요.”

‘삭발’ 김민석 “술 한병 꺼내놓고 고민…4분간 촬영”<br>연합뉴스


김민석(26)이 지난 15일 방송된 SBS TV 월화극 ‘닥터스’에서 스스로 삭발하는 연기를 펼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우가 삭발 연기를 펼치는 게 처음도 아니고 원빈 같은 톱스타도 펼쳤던 것이다. 그러나 김민석의 연기가 화제를 모은 것은 그가 현재 SBS TV ‘인기가요’의 MC이기도 하고 ‘닥터스’에서 보여주는 감정연기가 신인답지 않기 때문이다.

‘닥터스’는 김민석의 눈물어린 삭발연기로 15일에도 시청률 20%를 넘기며 3회 연속 20% 행진을 이어갔다.

‘생방송 촬영’을 하는 와중에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난 김민석을 16일 오후 전화로 만났다.

“요즘 많이 피곤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에이, 뭘 피곤해요. 정신없이 촬영하고 있지만 가끔씩 촬영 끝나고 우리끼리 소주 한 잔씩도 하고 그래요”라는 서글서글한 답이 돌아왔다.

삭발에 대해 물었다.

“삭발에 대해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길게 하지도 않았어요.”

김민석은 ‘닥터스’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 1년차 최강수를 연기하고 있다. 눈코 뜰새없이 바쁜 레지던트 생활에 치여 자신이 뇌수막종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된 최강수는 삭발을 하고 12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삭발연기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다. 고민은 안 했나.

▲ 좋게 봐주시니 고맙다. 그 외에는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다.(웃음) 고민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길게 하지도 않았다. 2~3시간 정도 고민했다. 술 한 병 꺼내놓고 이거 다 마실 때까지 결론을 내리자 결심했다. 그게 지난 11일이었고 12일에 촬영을 했다.

작가님이나 PD님은 굳이 머리 안 밀어도 된다고 하셨다. 붕대 감고 연기해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가짜로 연기하기 싫었다. 내가 가짜로 하면 상대 배우의 리액션도 영향을 받게 되고 내 연기도 진심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 스스로 삭발을 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NG는 안 났나.

▲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공기의 온도가 다르더라. 최강수로 살아온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쑥 지나가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앞으로 의사를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최강수로서의 감정이 70%였고, 30% 정도는 인간 김민석의 인생도 쭉 훑게 되더라.

4분 동안 촬영했고, 화면에는 2분 정도 나오더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중간 정도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화면에 다 쏟아냈다. 촬영 끝낸 후 30초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감정을 추슬렀다.

NG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헤어 담당하시는 분이 대기하고 계셨는데 내가 워낙 잘 밀어서 촬영 후 별로 머리를 정리할 게 없었다.(웃음)

-- 삭발이 처음도 아니다. ‘태양의 후예’에서도 김일병 연기하며 짧은 머리였다.

▲ 물론이다. ‘태양의 후예’ 때는 더 짧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나 스스로 머리카락을 미는 것이기도 했고, 그때와는 상황이 여러가지로 달라 잠시 고민했을 뿐이다. 또 극 중에서 선배 누구도 차마 강수 머리를 밀어주겠다고 나서지 못하니 강수가 스스로 밀겠다고 한 거라 기분이 복잡했다.

원래 머리를 꾸미거나 염색하는 거 되게 싫어한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원해서 염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역할 때문에 염색을 힘들여 했는데 이렇게 다 날아가게 될 줄 몰랐다.(웃음)

-- ‘태양의 후예’ 때는 사고뭉치에서 군인이 되는 역할이었는데, ‘닥터스’에서는 의사다. 의사 역할을 맡게 되니 어땠나.

▲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항상 역할을 맡게 되면 새롭고 신기한 것 같다. 의사라서 막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의학공부는 열심히 했다. 의학용어는 물론이고,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 상황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 ‘태양의 후예’의 김일병과 ‘닥터스’의 최강수를 비교하자면 어떤가.

▲ 둘은 아주 다르다. 김일병은 겉은 강하지만 내면이 약한 반면, 최강수는 약해 보이지만 내면이 되게 강한 친구다. 그래서 울 때도 엉엉 울지 않고 참는 울음을 보여주려 했다.

-- 의사에 이어 환자까지 연기하게 됐다. 짧은 시간에 다채로운 연기를 하게 됐는데, 배우가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 물론 연기는 너무 하고 싶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모든 면에서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환자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는 아프지 않은데 아픈 연기를 하는 게 환자분들에게 죄송스러웠다. 뇌수막종 환자들의 영상을 보며 연기를 준비했는데, 그 자체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되게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았다.

-- 올봄 ‘태양의 후예’로 스타덤에 올라 ‘인기가요’ MC도 꿰차고, ‘닥터스’까지 흥행 중이다.

▲ 올해 최고로 운대가 잘 맞은 것 같다. 운이 좋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4년간 5~6작품 정도 하면서 조용히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김민석은 횟집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2011년 엠넷 ‘슈퍼스타K3’ 제주지역 예선에 도전했고, 2012년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연기를 시작했다. KBS 2TV ‘하이스쿨: 러브온’과 ‘후아유-학교 2015’, MBC에브리온 ‘상상고양이’를 거쳐 올해 KBS 2TV ‘태양의 후예’로 스타덤에 올랐다.)

-- ‘인기가요’ MC를 맡게 돼 떨리지는 않았나.

▲ 2~3회까지는 내가 진행을 하면서도 그 상황이 안 믿겼는데 이제는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잘하려고 노력한다. 원래 사람들 앞에서 잘 안 떠는 스타일이다. 말을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경우는 있어도 떨려서 안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무대가 무섭지는 않다.

-- 배짱이 두둑하다. 그럼 김민석에게 무서운 것은 뭔가.

▲ 내가 연기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까 봐 무섭다.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게 될까 봐 그런 게 두렵다.

-- 왜 연기를 하고 싶어했나.

▲ 어려서부터 배우들이 멋있어 보였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을 동경했다. 노래든, 연기든 다 해보고 싶었다.

-- 배우 김민석도 멋있나. 김민석의 강점은 뭔가.

▲ 외모는 형편없죠. 얼굴도 애 같고, 키도 작고. 외모는 별로다. 잘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든, 어떤 것이든 진심으로 하는 게 내 강점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인터뷰 되게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아직 작품도 안 끝났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 내가 인터뷰를 잘 못 한다. 드라마 끝나고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음 좋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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