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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설경구(왼쪽)과 송윤아


부부는 역시 한마음이었다. 올해 영화 ‘용서는 없다’(김형준 감독·7일 개봉)와 ‘웨딩드레스’(권형진 감독·14일 개봉)로 각각 일주일 차를 두고 주연작을 내놓은 설경구(42)와 송윤아(37) 부부는 마치 입을 맞춘 듯한 목소리를 냈다. 두 작품의 장르는 다르지만. 묘하게도 부성애와 모성애를 다뤄 오는 8월 부모가 되는 두 사람에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공통점과 서로 다른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가운데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 만큼은 전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영화 ‘실미도’에 이어 지난해 ‘해운대’ 까지 두 작품에서 1000만 관객을 모은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잔뜩 별렀고. 출산을 앞둔 송윤아는 “애 낳고 나면 바로 작품 시작해야죠. 별로 큰 휴식기는 없을 것 같은데요?(웃음)”라며 연기 의욕을 불태웠다. 외화 ‘아바타’의 기세 속에서 의미있는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설경구. 송윤아와 각각 만나 주연작들에 대한 얘기와 부부 배우로서의 일상사들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 함께 서는 것을 굳이 꺼리는 관계로 동반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한 게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긴 했다.

◇공통점 : 한 눈에 빨려들어갈 듯한 시나리오. 나는 아직도 잔상에 시달린다.

‘용서는 없다’는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추적하는 부검의(설경구)와 연쇄 살인을 예고하는 의문의 살인마(류승범)와의 치열한 심리극을 다룬 스릴러 영화다. 반면 ‘웨딩드레스’는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송윤아)가 딸(김향기)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싣는 엄마의 얘기를 다뤘다.

배우로서 개성이 다른 탓에. 부부로 살아온 시간보다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많았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간섭은 하지 않는 편이다. 배우자이기에 앞서 자기분야에서 베테랑인만큼 서로에 대한 의견을 존중한다고 할까. 두 사람이 자신의 주연작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의미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결국은 “한눈에 반해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주 센 역할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살인범에게 쫓기며 끌려가는 역할이죠. 시나리오를 읽고 스릴러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가 읽히는 영화라는 인상이 강했죠. 게다가 멍하고. 무서운 반전이 있어서 연기를 하고 난 뒤에도 잔상이 오래갔어요. 숨막힐 듯한 시나리오에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설경구)

“마음이 푸근했어요. 물론 죽음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슬픈 결말이 예고됐지만.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눈물이 너무 흘러내려 참을 수가 없었어요. 슬픈 가운데서도 마음이 매우 따뜻했었다고 할까요.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 가장 기억이 남을지도 몰라요. 극중 우리 딸 향기 때문에요. 향기 덕분에 좋은 기운을 많이 얻어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영화만 떠올리면 행복해져요.”(송윤아)

설경구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반면 송윤아는 철철 넘치는 애교로 자신의 영화들에 대해 소개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였고. 각기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그들의 눈빛을 보고 충분히 알수 있었다. 자신들의 몸 안에 내재된 “진심을 담아 연기를 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다른 점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대중적인 톱스타’ 송윤아

영화계에선 둘다 대중적인 배우로 속하지만. 각기 다른 닉네임으로 불린다. 설경구는 ‘연기파 배우’로. 송윤아는 ‘톱스타’라고 불린다. 이를 그대로 반영하듯 송윤아는 스크린 외 TV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MC를 보는 모습도 종종 볼수 있다. 설경구는 역시나 ‘천상 배우’일 수 밖에 없다. TV드라마에서 보기 힘들며. 심지어 레드카펫에서도 무표정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만다. ‘고집스럽다’고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설경구를 아는 사람들은 “설경구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노력을 하다보면 익숙해 지는데. 그 부분만큼 쉽지 않아요. 레드카펫이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요. 마치 배우가 아닌 놈이 배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너무 쑥스럽기도 하고…. 몇 년전에는 레드카펫에서 너무 무표정으로 걸어가서 전체를 당황시킨 적도 있죠. 드라마 출연 역시 어휴…. 영화의 장점이라면 ‘여지가 있다’ ‘대사가 적다’라는 게 있어요.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을 한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낯선 곳(드라마)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만 해도 눈밑에 경련이 생겨요.”(설경구)

설경구와 달리 송윤아는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이 부분에 한해선 한결 여유롭다.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게 많고. 결혼으로 인해 삶의 영역이 이전보다 한층 더 넓어진 만큼 현재보다 앞으로 2~3년 후가 더 기대된다고 할까.

“각각의 장단점이 있죠. 드라마는 너무 숨가쁘게 돌아가지만. 반응이 바로바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힘이 나기도 하고요. 영화는 조금 더 많이 느끼면서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영화 꼭 어느 한 분야를 선호하지 않아요. 균형있게 하고 싶다고 할까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송윤아.)

◇따로 또 같이 :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나는 배우. 하지만 결국엔 사람이 중요하다.

지난해 영화계 두 톱스타의 결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시킬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매번 개봉작을 내놓을 때 마다 새로운 질문 하나씩을 더 받게 됐다. 결혼 생활 및 2세 계획 등 질문은 수없이 쏟아졌다. 다행히(?) 최근 송윤아의 임신 이후 질문은 조금 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은 세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제가 원래부터 사생활을 노출하는 배우가 아니였잖아요. 작품을 통해 일하는 모습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일부러 공과 사를 애써 분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개인사를)굳이 알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이제는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해요.(웃음)”(설경구) “에이~ 이제 좀 그만 물어보지.(웃음) 잘 살고 있고. 뭐 다를게 있을까요.”(송윤아)

각기 다른 상황속에서 던진 질문에 두 사람은 같거나 전혀 다른 대답들을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계획이 없이 사는 사람이라서요. 하하하. 다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것은 분명 있어요. 결국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요. 사람(감독이나 스태프)따라 영화를 하기도 선택하기도 하고. 작품에 너무 매료되서 덜컥 결정하기도 하고요. 영화는 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중 하나죠. 진심으로요.”(설경구)

“출산 하고 난뒤 몸 회복을 하고 나면. 바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해요. 앞으로 계속 지켜봐주세요.”(송윤아)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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