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남 박해일. 여전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
대체 이 남자 어디가 그토록 매력적일까. 한때 ‘원더걸스’의 멤버 소희는 “박해일이 이상형”이라고 말했고. 매력적인 품절녀 오연수는 “박해일씨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했다. 또 유해진의 여인 김혜수는 “인간적으로나 배우로 훌륭한 파트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해일의 힘 또는 매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힘이요? 일상의 친화력이라고 해야하나.(웃음) 편안해 보이는 이미지라서 그럴까요? 굳이 여성팬들을 의식해 극중 역할을 정하지는 않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저도 언젠가는 아버지 연기를 하겠죠. 그런데 대체 ‘품절남·품절녀’는 누가 만들었답니까? 전 솔직히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연기파 배우들과 일상이 비슷하다. 연기가 가장 좋고. 촬영장이 가장 즐거우며. 연기를 하지 않으면 별로 할 게 없다는 것. ‘쉬는 날은 뭐하냐’고 물었더니 “술 좀 드시는 형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며 멋쩍게 웃었다. ‘술 좀 드시는 형들’의 조합을 들어보니 영화 한편 찍어도 될 듯하다.
“그동안 너무 말을 많이했는데. 괜찮을까요. 음… 신하균. 정재영. 김상호 형님들요. 잘해주니까 고맙고 늘 편하죠. 별다른 거 없어요.”
◇아 눈빛! 괜찮았어요? 정말? 정말?
그는 ‘남편 박해일은 어떠냐’ 등 사적인 질문들에 유독 쑥스러워했다. 영화 얘기를 가장 좋아하는 그에게 이 것들은 가장 재미없는 질문들이다. 마침 영화 ‘이끼’ 시사회 직후에 만난 터라. 영화 속 유해국 역에 대한 말을 꺼냈다. 영화에서 박해일은 극중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한 마을에 들어가면서 아버지의 과거와 이상한 마을의 정체를 파헤치게 된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미소년의 눈빛’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한층 더 깊고 묘해졌다. 박해일의 알 수 없는 눈빛은 이상한 나라에 빠져들 것 만큼이나 묘한 마력을 지녔다.
“아 정말? 눈빛? 괜찮았어요? 하하하. 정말 ? 정말? 그거 말고 다른 것은 없나요? 볼 게 없나?”
갑작기 수다스러워졌다. 영화 얘기에 그의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것 봐요. 저는 영화얘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했잖아요. 만화원작이라 전부터 다 알던 작품이고. 솔직히 출연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라.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강우석 감독님과의 첫 번째 작품이고. 많이 힘들기도 했고요. 기대반. 긴장감 반이였죠. 그리고 이번 영화로 인해 우선 인맥이 넓어졌어요. 정재영. 유해진 선배님은 작품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선배님들이죠. 제가 대학로에서 포스터 붙이고 다닐 때 두 분은 무대위에서 펄펄 나셨던 분들이죠.”
◇남편 박해일 요즘은 맛있는 것 먹으러 다녀요!
한참을 졸랐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요즘 뭐하고 지냈냐’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있냐’ ‘야구를 꽤 잘하던데 좋아하는 팀은 있냐’ 등등.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박해일도 이러한 질문들에 그제야 적응이 된다는 듯 쭉 늘어놨다.
“하하하. 저도 TV좋아하죠. ESPN과 내셔널지오그래피를 가장 좋아하고요. 시간 날 때 자주 봐요. 정말 내세울 게 없는 소소한 일상이라니까요?(웃음) 야구를 좋아하죠. 그런데 야구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특정팀을 응원하지는 않아요. 굳이 말하라면 제가 ‘MBC청룡’이라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LG’인 것 같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냥 그렇다고 말해요. 하하하. 야구는 틈틈이 즐기는 운동이고. 등산도 가끔하고요. 참! 요즘은 아내랑 경기도 부근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취미도 붙였어요.”
박해일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도 캐치볼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에 철심을 박았는데 2008년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치료를 위해 자연스럽게 1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 때 재미를 들인게 캐치볼이다.
“일정기간 작업을 하지 않다보니 생각 외로 많이 힘들어요. 계속 꿈틀거리게 되고.(웃음) 그때 왼쪽다리를 수술했는데. 캐치볼을 하면 자연스럽게 근육운동이 된다고 해서 재미를 붙였어요. 요즘도 자주 캐치볼을 해요.”
◇아직은 영화라는 놀이터에 더 적응할 때
그가 더 비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안방극장에서 좀 처럼 볼 수 없는 배우로 꼽히기 때문이다. 많은 대본들이 그에게 전달됐지만. 고사했다. 드라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다. 아직은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를 조금 더 파해쳐보고 싶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왜 드라마를 안해?’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안하는게 아니라 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방극장에서 보여주는 수위나 표현방식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영화는 더 포괄적이고 깊고 넓은 편이고요. 데뷔 10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영화는 저에게 편한 놀이터이면서도. 더 잘 하고 싶은 욕망이 많은 곳이거든요. 아직도 이곳을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곳을 기웃거릴 여유는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까닭에 차기작 역시 영화로 정했다. 이달 곧 촬영을 시작한다.
“새로운 작품을 또 시작해요. 한 청년의 이야기고요. 기존에 했던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가요. 지켜봐 주실거죠?”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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